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 , 애니 배로스

 


 

 

·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책 표지에 피처럼 보이는 붉은 얼룩은 핏자국이 맞아요. 종이칼을 다루다가 그만 방심했어요. 동봉한 엽서의 찰스 램 초상화는 그의 친구인 윌리엄 해즐릿(1778~1830. 영국의 평론가 겸 수필가)이 그린 거예요. 

 

· 나는 서점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들은 실로 특이한 존재들이에요.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박봉인 서점에서 일할 리가 없고, 제정신이 박힌 주인이라면 서점을 운영할리가 없죠.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 책과 책 읽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신간을 먼저 볼 수 있다는 작은 특권도 있고요.

 

· 에밀리 브론테는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을 만들어냈어요! 아마 전적으로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을 거예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현실 세계의 남자들보다 책 속 남자들이 더 매력이잖아요.

 

· 당연히 삶은 계속되지 않아요. 계속되는 건 죽음이죠. 이언은 이제 죽었고 내일도 내년에도 그 후로도 영원히 죽어 있을 테니까. 죽음에는 끝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슬픔에는 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 세네카가 이런 말을 했지요.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 오늘 아침 잠에서 깼을 때는 바다 위에 금화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더니, 지금은 온통 레몬색 장막으로 덮인 것 같네요.

 

· 요약하자면 그는 줄리엣이 만난 다른 남자들하고는 완전히 딴판이야. 칭찬받아 마땅하지.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별로 말이 없더라. 생각해보니 그 후로도 계속 말이 없었군. 하지만 그가 들어오면, 그 자리의 모든이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아. 나는 평생 누구에게도 그런 느낌을 준 적이 없는데, 왜 그럴까?

 

· 이야기의 유일한 단점은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딱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달라고 빌겠다. (...)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건지 섬으로 가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 독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해보라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책을 읽고 즐기는 독자가 한 명 늘어나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도 한 명 느는 셈이다. 책이 지닌 놀라운 힘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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